신사 숙녀 여러분, 주목하세요! 로스앤젤레스 풍경은 오랫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누아르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습니다. 어둑어둑한 골목, 연기로 가득 찬 건물, 캄캄한 모퉁이들이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한 장소가 있습니다. LA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누아르 영화 촬영지 10곳에 대한 소개 글을 읽어 보세요.
(참고: 일부 촬영지는 개인 주택이므로 방문 시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시기 바랍니다.)
"액트 오브 바이올런스(Act of Violence)" - 글렌데일 교통 센터(Glendale Transportation Center)
아름다운 글렌데일 앰트랙/메트로링크(Amtrak/Metrolink) 역, 일명 글렌데일 교통 센터(Glendale Transportation Center)를 배경으로 누아르 영화 액트 오브 바이올런스 (1948)의 긴장감 넘치는 마지막 장면이 펼쳐집니다. 1924년 서던 퍼시픽 철도(Southern Pacific Railroad)의 의뢰로 건축된 미션 리바이벌 양식(Mission Revival-style)의 이 화려한 터미널은 건축가 케네스 맥도널드 주니어(Kenneth MacDonald Jr.)와 구조 공학자이지 건축가인 모리스 쿠쇼(Maurice Couchot)가 설계했습니다. 글렌데일 서던 퍼시픽 철도 기지로 불리던 이 역은 LA 캅스(Bulletproof), 빅 비즈니스 걸(Big Business Girl), 컬리지(College), 걸 미싱(Girl Missing), 호스 슈즈(Horse Shoes), 원 모어 찬스(One More Chance), 히어 컴스 더 그룸(Here Comes the Groom) 등 다양한 작품에 등장했습니다. 이곳은 1959년 9월 20일, 소련의 수상 니키타 흐루쇼프(Nikita Khrushchev)가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을 때 약 6분간 들렀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흔히 착각하지만 글렌데일 교통 센터는 이중 배상(Double Indemnity)에서 바버라 스탠윅(Barbara Stanwyck)이 프레드 맥머리(Fred MacMurray)를 내려준 곳이 아닙니다. 이 영화에 등장한 터미널은 구 버뱅크 서던 퍼시픽 역(Burbank Southern Pacific Station, 주소: 201 N. Front St.)으로 1991년에 화재로 일부 소실됐다가 몇 년 후 완전히 철거됐습니다. 현재는 그 부지에 버뱅크 메트로링크(Burbank Metrolink) 역이 들어섰습니다.
"앤젤스 플라이트(Angel's Flight)" - 앤젤스 플라이트(Angels Flight)
1901년에 개통된 엔젤스 플라이트는 그랜드 센트럴 마켓 건너편 힐 스트리트(Hill Street)에서 약 90미터 높이에 있는 벙커 힐(Bunker Hill) 지구의 캘리포니아 플라자(California Plaza)까지 승객을 수송하는 케이블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철도’인 앤젤스 플라이트의 요금은 편도 1달러, 메트로 탭 카드(Metro TAP Card)를 사용하면 50센트입니다. 기념 왕복 티켓은 2달러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엔젤스 플라이트는 주말과 공휴일을 포함해 매일 오전 6시 45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운행합니다.
엔젤스 플라이트는 크리스 크로스(Criss Cross) (1949), 1951년에 리메이크된 엠(M), 터닝 포인트(The Turning Point) (1952), 크라이 오브 더 헌티드(Cry of the Hunted) (1953), 키스 미 데들리(Kiss Me Deadly) (1955) 같은 필름 누아르를 비롯한 많은 영화에 오랜 세월 배경으로 등장했습니다.
후기 누아르 영화인 앤젤스 플라이트(Angel's Flight)(1965)는 미국영화연구소(AFI)로부터 “촬영 당시 서서히 파괴되어 가던 LA 벙커 힐(Bunker Hill) 지역을 배경으로 촬영한 소중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저예산 스릴러 영화에서 윌리엄 털비(William Thourlby)는 알코올 중독인 기자 벤 와일리 역을 맡아 ‘벙커 힐 킬러’로 불리는 이국적인 댄서 리즈(인더스 아서(Indus Arthur) 분)의 뒤를 쫓습니다. 영화는 케이블카에서 절정에 다다릅니다.
그 밖에 글렌 밀러 스토리(The Glenn Miller Story)(1954), 더 엑사일즈(The Exiles) (1961), 머펫 대소동(The Muppets) (2011), 라라랜드(La La Land)(2016) 등의 영화를 비롯해 페리 메이슨(Perry Mason) (오리지널과 2020년 HBO 시리즈), 고전이 된 드래그넷(Dragnet)과 같은 TV 프로그램에도 등장했습니다. 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의 보슈(Bosch) 6권(책(엔젤스 플라이트(Angels Flight) 라고도 불림)을 원작으로 한 아마존 시리즈 보슈(Bosch) 4시즌에서는 LAPD 형사 히에로니무스 ‘해리’ 보슈가 엔젤스 플라이트에서 발생한 변호사 살인 사건을 수사합니다.
"차이나타운(Chinatown)" - 더 프린스 레스토랑 & 바(The Prince Restaurant & Bar)
LA에서 가장 유서 깊은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더 프린스 레스토랑 & 바는 원래 1927년, 윈저 아파트(Windsor Apartments) 안뜰에 ‘윈저 인(The Windsor Inn)’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1949년 벤 딤스데일(Ben Dimsdale)이라는 신사가 이곳을 인수해 건물 1층으로 이전하고 이름을 ‘윈저(The Windsor)’로 바꾸고 프랑스풍 메뉴를 도입했습니다. 전통을 자랑하는 앰배서더 호텔(Ambassador Hotel)과 가깝고 은은한 조명이 매력적인 인테리어 덕분에 미국 대통령부터 정상급 배우까지 다양한 손님이 찾는 LA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빠르게 명성을 얻었습니다. 1991년에 레스토랑 주인이 바뀌면서 ‘더 프린스(The Prince)’로 이름이 바뀌었고, 메뉴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했지만, 화려한 인테리어는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1974년, 에블린 멀브레이(페이 더너웨이 분)가 차이나타운에서 J.J. 기츠(잭 니콜슨 분)에게 자신의 무분별했던 과거 연애사를 고백하는 장면에서 더 프린스는 ‘브라운 더비(The Brown Derby)’로 등장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레스토랑의 풍경은 40여 년 전 더너웨이가 “레몬 말고 라임을 넣은 톰 콜린스”를 마셨을 때와 똑같습니다. 이곳은 또한 로케이션 매니저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매드맨(Mad Man), 땡큐 포 스모킹(Thank You for Smoking), 디펜더스(The Defenders), 아드레날린 24(Crank), 프라임 서스펙트(Prime Suspect), 크리미널 마인드(Criminal Minds), 뉴 걸(New Girl)에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크리스 크로스(Criss Cross)" - 유니언 역(Union Station)
‘대규모 기차역의 마지막 보루’인 유니언 역은 미국 서부에서 가장 큰 철도 여객 터미널입니다. 미션 모던(Mission Moderne) 양식으로 지어진 유니언 역은 유명한 건축가 듀오인 존 파킨슨(John Parkinson)과 그의 아들 도널드 파킨슨(Donald Parkinson)이 설계했습니다. 1939년 5월에 개장한 유니언 역은 남부 캘리포니아의 주요 교통 중심지로 매일 앰트랙(Amtrak) 장거리 노선, 앰트랙 캘리포니아 지역 철도, 메트로링크 통근 열차, 메트로 레일(Metro Rail) 전철과 경전철이 오가며 통근자들의 발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유니언 역은 1980년 11월 미 국립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에 등재되었습니다. 2021년에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역사상 처음으로 유니언 역에서 개최됐습니다.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진주만(Pearl Harbor)등 수많은 누아르 영화에 등장해 그 자체로 스타가 된 역입니다.
다운타운 LA의 벙커 힐에서 일부 촬영된 크리스 크로스(1949)는 버트 랭커스터(Burt Lancaster)가 장갑차 조종수 스티브 톰슨으로, 댄 두리에(Dan Duryea)가 조직 폭력배 슬림 던디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이들의 대낮 강도 계획, 그리고 스티브의 전처이자 슬림의 아내인 애나(이본 드 카를로(Yvonne De Carlo) 분)를 둘러싼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유니온 역 안팎이, 긴 장면으로 등장하며 벙커 힐 호텔 창가에 서 있는 드 카를로 너머로 엔젤스 플라이트가 보입니다.
필름 누아르 재단(Film Noir Foundation)의 설립자이자 TCM의 누아르 앨리(Noir Alley) TV 프로그램 진행자인 에디 멀러(Eddie Muller)는 본인이 뽑은 누아르 영화 Top 25에서 크리스 크로스를 2위로 선정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카메라를 향해 애원하는 드 카를로의 모습이 누아르라는 장르를 정의하는 결정적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영화 작품에서 댄스 플로어를 불태우는 젊은 시절의 토니 커티스(Tony Curtis)를 찾아보세요!
"크라이 댄저(Cry Danger)" - 하워드 휴스 코퍼레이션 본사(Howard Hughes Headquarters)
하워드 휴스는 아르데코 모던 양식이 특징인 이 거대한 건물에서 트랜스 월드 항공(Trans World Airlines), RKO 픽처스(RKO Pictures), 휴스 공구사(Hughes Tool Company) 등 여러 기업을 수십 년간 운영했습니다. 휴스의 카도 영화사(Caddo Motion Picture Company)에서 제작한 지옥의 천사들(Hell’s Angels), 무법자(The Outlaw) 등 상징적인 영화들이 이곳에서 탄생했습니다. 하워드 휴스 코퍼레이션 본사는 RKO 픽처스의 누아르 영화 크라이 댄저 (1951)에서 갓 출소한 전과자 록키 멀로이(딕 파월(Dick Powell) 분)가 낸시 모건(론다 플레밍(Rhonda Fleming) 분)을 직장에 내려주는 건물로 스크린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할리우드의 조용하고 소박한 골목 모퉁이에 있는 이 멋진 건물은 60여 년 전 스크린에 등장했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2004년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감독의 하워드 휴스 전기 영화 에비에이터(The Aviator)에도 등장합니다.
"죽음의 카운트다운(D.O.A.)" - 브래드버리 빌딩(Bradbury Building)
그랜드 센트럴 마켓 건너편 브로드웨이에 있는 브래드버리 빌딩은 영화, TV, 뮤직비디오에 등장했으며 문학 작품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곳입니다. 1893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SF 고전 영화 블레이드 러너 (1982)와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아티스트(The Artist) (2011)에 등장했습니다. 브래드버리 빌딩은 1971년에 미 국립사적지에 등재됐고, 1977년에는 LA에 있는 네 개의 오피스 빌딩 중에 유일하게 국립역사기념물로 지정됐습니다.
죽음의 카운트다운 (1950)에는 에드먼드 오브라이언(Edmond O'Brien)이 독살당한 후 24시간 안에 자신의 죽음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야 하는 회계사 프랭크 비글로우 역을 연기했습니다. 브래드버리 빌딩은 프랭크 비글로우와 살인범의 극적인 대결 장면에서 필립스 수출입 회사로 등장합니다. 누아르 영화 팬이라면 차이나타운 (1974), 이중 배상 (1945), 아이, 더 주어리(I, The Jury) (1953)에서도 브래드버리 빌딩을 엿볼 수 있으며, 프리츠 랑(Fritz Lang) 감독이 독일 영화를 리메이크한 M (1951)에서는 지하실에서 옥상까지 이어지는 추격전에 등장하는 브래드버리 빌딩의 모습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이중 배상(Double Indemnity)" - 디트리히슨 하우스(Dietrichson House)
1944년 누아르 영화의 고전 이중 배상 초반부에서 월터 네프(프레드 맥머리 분)는 지중해풍의 우뚝 솟은 저택 앞에서 “10년이나 15년 전에 유행했던 캘리포니아 스페인 양식이군. 더 들었으면 더 들었지 적어도 3만 달러는 들었겠어”라고 말합니다. 디트리히슨 하우스의 가격은 시간이 지나며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지만 집 자체는 70여 년 전 스크린에서 등장했던 모습과 거의 같습니다. 영화에서는 글렌데일에 있다는 설정이지만 실제로는 비치우드 캐년(Beachwood Canyon)의 언덕이 많은 곳에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저택의 외관만 활용됐습니다. 빌리 와일더(Billy Wilder) 감독은 디트리히슨 하우스 내부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1927년,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방음 스튜디오에 집 내부를 거의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고독한 영혼(In a Lonely Place)" - 빌라 프리마베라(Villa Primavera)
1940년대에 니콜라스 레이(Nicholas Ray) 감독은 남부 캘리포니아로 처음 이주하면서 웨스트 할리우드에 있는 빌라 프리마베라를 거주지로 삼았습니다. 그는 1950년 누아르 영화 고독한 영혼(In a Lonely Place) 촬영을 위해 컬럼비아 픽처스 스튜디오(현 선셋 고워 스튜디오(Sunset Gower Studios))의 방음 스튜디오에 안뜰을 비롯해 단지 전체를 재현할 정도로 빌라 프리마베라를 사랑했습니다. 촬영 도중 그는 자신의 영화에 출연했던 아내 글로리아 그레이엄(Gloria Grahame)과 쓰라린 이별을 겪습니다. 촬영장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을 피하기 위해 감독은 아내와 살던 집에서 나와 빌라 프리마베라 아파트 세트장으로 거처를 옮기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아파트와 똑같은 환경에서 살았습니다.
빌라 프리마베라는 1923년, 유명 건축가 부부인 아서 즈웨벨(Arthur Zwebell)과 니나 즈웨벨(Nina Zwebell)인 스페인 리바이벌 양식으로 건축한 첫 번째 건물입니다. 10세대 규모의 단지인 빌라 프리마베라는 고독한 영혼에서 좌절한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딕슨 스틸(험프리 보가트 분)과 아름다운 새 이웃 로렐 그레이(글로리아 그레이엄 분)가 사는 베벌리 힐스 지역의 "베벌리 파티오" 아파트로 등장합니다. 딕슨과 로렐 집의 안뜰과 인테리어 등 화면에 등장하는 아파트의 모습은 대부분 세트에서 재현한 것이지만, 딕슨이 경찰 심문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실제 빌라 프리마베라 단지 앞에서 촬영했습니다.
"키스 미 데들리(Kiss Me Deadly)" - 할리우드 애슬레틱 클럽(Hollywood Athletic Club)
1955년 누아르 영화 키스 미 데들리에서 사립 탐정 마이크 해머(랠프 미커(Ralph Meeker) 분)는 지인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풀기 위해 LA 전역에서 단서를 쫓습니다. 탐정이 방문한 장소 대부분은 벙커 힐 지역에 있었으나 현재는 철거됐습니다. 하지만 해머가 (스포일러 주의!) 프런트 데스크 직원에게 뺨을 맞은 후 마침내 ‘대단한 무언가(great whatsit)’를 알아냈던 할리우드 애슬레틱 클럽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TCL 차이니즈 극장(TCL Chinese Theatre)과 이집트 극장(Egyptian Theatre)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마이어 앤 홀러(Meyer & Holler) 건축 사무소가 1924년에 스페인 식민지 리바이벌 양식으로 지어진 할리우드 애슬레틱 클럽은 건축 당시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남성 전용 헬스클럽으로 운영됐으며 찰리 채플린, 험프리 보가트, 월트 디즈니, 에롤 플린 등 유명 인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이 건물은 1949년에 제1회 에미상(Emmy Awards) 시상식이 열린 곳이기도 합니다. 1950년대 여러 차례의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방치됐던 기간도 있습니다. 그 후 1970년대 후반, 게리 버윈(Gary Berwin)이라는 사적 보존 운동가 이곳을 매입하게 됩니다. 오늘날 이 웅장한 건물은 이벤트 공간이자 촬영 장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LA 컨피덴셜(LA Confidential)" - 포모사 카페(Formosa Cafe)
1939년에 문을 연 포모사 카페는 1919년에 설립된 픽포드 페어뱅크스 스튜디오(Pickford-Fairbanks Studios)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픽포드 페어뱅크스 스튜디오는 향후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스튜디오(United Artists Studio), 새뮤얼 골드윈 스튜디오(Samuel Goldwyn Studio), 워너 할리우드 스튜디오(Warner Hollywood Studios)로 이름이 차례로 바뀌었고, 1999년부터는 더 롯(The Lot)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 프랭크 시내트라, 마릴린 먼로, 험프리 보가트, 제임스 딘 등 전설적인 스타들이 즐겨 찾은 것으로 알려진 덕분에 포모사 카페는 할리우드에서 최장기간 스타들의 단골집이라는 명성을 누리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랜드마크 카페인 포모사 카페는 240만 달러 규모의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마치고 2019년 6월에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1993 그룹(1933 Group)은 하이랜드 파크 보울(Highland Park Bowl), 아이들 아워(Idle Hour), 테일 오 더 펍(Tail o' the Pup) 핫도그 가판대 복원 프로젝트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제임스 엘로이의 네오 누아르 소설을 각색한 커티스 핸슨(Curtis Hanson) 감독의 영화 LA컨피덴셜 (1997)은 아카데미 최우수 각색상과 여우조연상(킴 베이싱어)를 받았습니다. 포모사 카페 내부를 배경으로 한 장면 중 잊지 못할 장면으로는 에드 엑슬리(가이 피어스 분)가 여배우 라나 터너(브렌다 바케 분)에게 “라나 터너처럼 꾸민 매춘부”라고 빈정댔다가 물세례를 맞는 장면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밀드레드 피어스(Mildred Pierce)" - 피어스 하우스(Pierce House)
1945년 누아르 영화 밀드레드 피어스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는 극중 인물인 몬테 베라곤(재커리 스콧 분)이 소유한 해변 별장입니다. 이 독특한 별장은 말리부에 있던 실제 주택(현주소: 26652 Latigo Shore Dr.)이었습니다. 1929년에 프레데릭 린지 주니어(Frederick Rindge Jr.)가 지은 이 집은 안타깝게도 1983년에 폭풍으로 파손됐습니다. 하지만 밀드레드 피어스(아카데미상을 받은 조앤 크로퍼드(Joan Crawford)가 연기한 역할)와 그녀의 가족이 살던 집은 영화 촬영 당시와 거의 같은 모습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영화에서 밀드레드는 “우리는 코발리스 스트리트(Corvallis Street)에 살아요. 집들이 다 비슷하게 생겼죠. 우리 집은 1143호였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녀가 말한 번지수는 정확하지만 실제로 그 집은 글렌데일의 노스 잭슨 스트리트(North Jackson Street)에서 있습니다. 스크린에는 스페인식 주택의 외관만 등장했습니다. 집 안에서 펼쳐지는 장면은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의 방음 스튜디오에서 촬영됐습니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 소니 픽처스 스튜디오
영화를 봤다면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의 도입부, 흰색 배꼽티와 반바지를 입고 터번을 두른 라나 터너가 립스틱을 만지작거리는 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1946년에 제작된 영화에서 프랭크 챔버스(존 가필드 분)와 관능적인 코라 스미스(라나 터너 분)는 코라의 남편인 닉(세실 켈러웨이 분)을 죽일 계획을 세웁니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닉은 블레어 종합 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영화 속 병원의 외관은 소니 픽처스 스튜디오의 어빙 솔버그 빌딩(Irving Thalberg Building) 뒤편이 사용됐습니다. 75만 제곱미터 규모의 소니 픽처스 스튜디오는 촬영 당시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Metro-Goldwyn-Mayer, MGM)의 소유였습니다. MGM의 옥외 촬영지는 대부분 1970년대에 매각됐지만, 다행히 1938년에 지어진 아르데코 양식의 솔버그 빌딩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팬들은 소니 픽처스 스튜디오 투어에 참여하거나 라(La Salle Avenue)와 교차하는 컬버 대로(Culver Boulevard) 근처에 있는 정문 밖에서 솔버그 빌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실제 제작 사무실이 있기도 한 이 빌딩은 1960년대 텔레비전 시리즈 닥터 킬데어(Dr. Kildaire)에서 블레어 종합 병원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선셋 대로(Sunset Blvd.)" - 파라마운트 픽처스
빌리 와일더 감독의 1950년 누아르 고전 영화 선셋 대로는 잊혀 가는 무성 영화 스타 노마 데즈먼드(글로리아 스완슨 분)의 눈을 통해 할리우드의 명성 뒤에 숨은 함정을 보여 줍니다. 노마는 자신의 경력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시도로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찾아가 세실 B. 드밀(Cecil B. DeMille, 영화에서 드밀 감독을 연기함)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 정문을 통과하지 못하게 막는 경비원에게 노마는 “내가 없었으면 파라마운트 스튜디오도 없었어요!”라고 말합니다. 노마가 경비원에게 훈계한 곳이 주차장 입구 멜로즈 게이트(Melrose Gate)라고 생각하고 사진을 찍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 해당 장면이 촬영된 곳은 과거에 정문으로 사용됐던 브론슨 게이트(Bronson Gate)입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스튜디오 공간을 확장하면서 바로 앞에 있던 마라톤 스트리트(Marathon Street)를 통합하고 추가로 부지를 매입해 현재 브론슨 게이트는 부지 내에 위치하게 됐습니다.
스튜디오 역사 투어에 참여하면 상징적인 장소들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좋아요, 드밀 씨. 클로즈업 준비됐어요”라는 노마의 명대사를 외치며 이 문을 손으로 문지르면 영화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악의 손길(Touch of Evil)" - 세임선 베니스 비치(Samesun Venice Beach)
오슨 웰스(Orson Welles) 감독의 1958년 누아르 영화 악의 손길은 영화에 가상의 국경 도시인 로스 로블스로 등장하는 베니스 비치에서 주로 촬영됐습니다. 영화는 마약 단속반 직원의 파란만장한 신혼여행 이야기로 신혼부부 수잔(재닛 리 분)과 마이크 바가스(찰턴 헤스턴 분)는 세인트 마크 호텔(St. Mark’s Hotel)에서 휴가를 보냅니다. 그들이 머물던 건물은 이제 없지만 수잔이 감시당했던 옆 건물은 그대로 남아 있고 현재 세임선 베니스 비치(Samesun Venice Beach)라는 이름의 호스텔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네오 이탈리아 양식의 기둥 구조가 특징인 이 건물은 1904년에 지어졌으며 과거에는 세인트 찰스 호텔(St. Charles Hotel)로 불렸습니다.
<악의 손길>에서 유명한 오프닝 장면은 세임선 인근 거리와 골목에서 롱테이크로 촬영됐습니다. 하지만 그 후 세월이 지나며 지역의 풍경이 변해 스크린 속 모습은 거의 알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2012년 초, 예술가 조나스 네버(Jonas Never)는 웰스 감독의 1958년 촬영을 기념하기 위해 세임선(Samesun) 동쪽에 약 31×14미터 크기의 벽화 "베니스의 손길(Touch of Venice)"를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