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사 카페(FORMOSA CAFE): 로스앤젤레스를 대표하는 한 카페의 역사

로스앤젤레스 랜드마크 카페 포모사 카페가 80주년을 맞이하며 2,400만 달러라는 놀라운 규모의 보수 공사를 거치고 2019년 6월 28일 다시 개업했습니다. 포모사 카페의 새로운 운영사인 1933 그룹(1933 Group)은 과거 하이랜드 파크 볼(Highland Park Bowl) 볼링장과 아이들 아워(Idle Hour) 바의 보수 공사로 명성이 높은 곳입니다.

1933 그룹의 공동 소유주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바비 그린(Bobby Green)은 포모사 카페의 이전 소유주 가족, 로스앤젤레스 역사학자들, 그리고 다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거물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며 포모사 카페를 할리우드의 황금기 시절의 모습으로 되돌리고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웨스트 할리우드 시(West Hollywood)에 있는 포모사 카페는 1999년부터 로스앤젤레스 문화사를 수놓은 스튜디오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1919년 픽포드 페어뱅스 스튜디오(Pickford-Fairbanks Studios)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지금의 유나이티드 아티스츠 스튜디오(United Artists Studio), 새뮤얼 골드윈 스튜디오(Samuel Goldwyn Studio), 워너 할리우드 스튜디오(Warner Hollywood Studios), 그리고 지금의 더 롯(The Lot) 스튜디오가 대표적인 곳입니다.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험프리 보거트(Humphrey Bogart), 제임스 딘(James Dean),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와 같은 톱스타들도 이 카페를 방문하였으며, 그 덕분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끈질기게 살아남은 유명 인사 만남의 장이라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린은 보수 공사 작업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포모사 카페를 저희 손으로 직접 살려낼 수 있어 무척 뜻깊게 생각합니다. 이번 공사를 통해 할리우드의 과거를 돌려낼 기회가 주어진 것은 저희에게는 큰 영광입니다. “유명 인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카페를 작업해 정말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웨스트 할리우드의 역사에 오래도록 남기를 기원합니다.”라며 감상을 전했습니다.

포모사 카페에는 다른 곳과는 차별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곳은 1997년 작 LA 컨피덴셜(L.A. Confidentia)에서 에드 엑슬리(Ed Exley) 분의 가이 피어스(Guy Pearce)가 배우 라나 터너(Lana Turner) 분의 브렌다 바크(Brenda Bakke)를 “라나 터너를 닮았다.”는 이유로 매춘부라고 몰아붙였다가 물세례를 당하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1996년 작 스윙어즈(Swingers)에도 나왔습니다. 최근 작품 중에서는 보슈(Bosch) 시즌 3의 제5화 뼈아픈 과거(Blood Under the Bridge)에도 등장했습니다.

포모사 카페의 오랜 단골이라면 바 천장을 두르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흑백 사진과 엘비스 프레슬리 도자기상이 든 유리 전시장이 눈에 띌 것입니다.

새로워진 카페에는 천장에 중국풍 돋을새김 무늬를 넣고, 1920년대부터 쓰여온 벽지와 잘 어우러지도록 바비 그린이 디자인한 벽지를 발랐습니다.

그리고 1940년대에 사용되던 냅킨, 거품 막대, 성냥첩, 유리 식기 등의 소품도 그대로 모방하여 새로이 만들어냈습니다.

할리우드 대로(Hollywood Boulevard)의 명예의 거리(Walk of Fame)을 연상케 하는 메인 바의 테라조 타일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 타일은 옛날부터 할리우드 대로에 테라조 타일을 시공해온 업체 인부를 불러 직접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또 중국식 매듭 무늬가 있는 별 모양 황동 상감 테두리 장식과 과거 포모사 로고의 활자체를 그대로 옮겨온 부분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 정면에 늘어서 있는 부스형 좌석도 옛날의 반들반들한 시트를 그대로 복원해 놓았습니다. 모든 부스 좌석에는 에이바 가드너(Ava Gardner), 벅시 시글(Bugsy Siegel), 라나 터너, 존 웨인(John Wayne), 엘비스 등 과거 포모사 카페의 단골이었던 전설적인 인물들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그중 벅시 시글의 바닥 금고는 그가 자주 찾던 식탁 아래에 그대로 재현되어 있습니다.

메인 바 건너에는 1904년에 운용되던 퍼시픽 일렉트릭(Pacific Electric) 사의 레드 카(Red Car) 전차가 있습니다. 이 차량은 현존하는 레드 카 중 가장 오래된 모델로 꼽힙니다. 이 차량에는 36명이 앉을 수 있는 2인 및 4인 테이블들이 준비되어 있고, 바와 마찬가지로 벽면 좌석 위에 유명 인사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 열차 뒤편에 있는 특별 VIP실에서는 최대 20명까지 단체 식사도 가능합니다. 소문에 의하면 미키 코언(Mickey Cohen)이 몇몇 마권업자들과 함께 이 뒷방을 마권 사업의 본거지로 삼았으며, 전용 출입구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한 역사를 기념하는 뜻에서, VIP실에는 고객이 음료를 주문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옛날에 쓰이던 다이얼식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전용 창문을 통해 주문한 음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새로 지은 안쪽 공간은 본래 이 카페의 흡연실로 쓰이던 곳으로, 그린의 창의성과 섬세함이 묻어나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차이나타운의 이미루(Yee Mee Loo) 식당의 이름을 따 이미루 라운지(Yee Me Loo lounge)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화려함을 자랑하는 이 공간은 과거의 원조 이미루 라운지, 이른바 콴인 사원(Kwan Yin Temple)이라 불리던 공간을 옮겨놓았습니다. 1989년 이미루 식당이 폐업하고, 10년 뒤 글렌데일(Glendale)의 시나바(Cinnabar)에 보관된 뒤 먼지만 먹으며 세월을 보내던 가구들은 2018년 9월 그린의 손에 들어가 지금의 모습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미루 바를 덮고 있는 탑 양식의 기와는 워너 브라더스 디자인 스튜디오(Warner Bros. Design Studio)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이미루 라운지에도 마찬가지로 유명 인사들의 사진이 걸려 있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진정한 매력은 따로 있습니다. 이 라운지의 대들보에는 초창기 아시아계 미국인 감독의 장편 극영화의 새 지평을 연 매리언 웡(Marion Wong)의 1917년 작품을 필두로, 지금까지 제작된 아시아계 미국인 영화와 TV 시리즈, 극작품, 라디오 드라마에 출연했던 인물들의 모습이 60장의 사진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 시간선은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 제작자 아서 동(Arthur Dong)이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또한 《미국의 자금성: 1936-1970년의 차이나타운 나이트클럽》(Forbidden City, USA: Chinatown Nightclubs 1936-1970)과 《할리우드 차이니즈: 미국 장편 극영화계의 중국인들》(Hollywood Chinese: The Chinese in American Feature Films)을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라운지의 사진 시간선은 최근 발간된 아서 동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으로, 그가 수집한 영화 기념품 중 사진과 미니 포스터들을 통해 미국 장편 극영화에 등장한 중국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미루 라운지에는 그 외에도 서부극, 범죄 드라마, 뮤지컬 등 주제별로 정리된 그의 수집품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포모사 카페는 할리우드 차이니즈와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초기 할리우드에 중국계 미국인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쳐왔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칵테일 메뉴에는 고전 음료뿐 아니라 할리우드 황금기와 포모사 카페의 오랜 역사를 담아낸 자체 개발 음료도 있습니다. 그중 대표 메뉴는 티키(Tiki) 문화에 착안한 이미루 칵테일로, 클레멘트 아그리콜(Clement Agricole) 럼주, 기퍼드 블루(Giffard Blue) 큐라소(Curaçao), 파인애플, 오르자(orgeat, 아몬드 시럽의 일종), 크렘 드 카카오(crème de cacao), and 워시파크 럼바(Worthy Park Rum-Bar) 화이트 고량 럼주로 만든 주류 음료입니다.

유명한 소문에 의하면, 존 웨인이 포모사의 부스 자리에서 술을 진탕 마시고 뻗었다가 다음날 스크램블드에그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네요. 이 소문에 착안해 만들어진 칵테일도 있다고 합니다. 밀라그로 블랑코(Milagro Blanco) 테킬라, 럼차타(RumChata), 페어 고지 리큐르(Fair Goji Liqueur), 패션프루트, 라임을 넣어 만든 듁스 올나이터(Duke’s All Nighter)가 그것입니다.

리틀 패티(Little Fatty)의 셰프이자 지배인인 데이빗 쿠오(David Kuo)는 포모사 카페의 인기가 절정을 치닫던 때 판매하던 대만식 미국풍 요리에 현대적인 감성을 불어넣은 새로운 요리를 개발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인기 메뉴인 단단미엔(Dan Dan Mian)과 초 장군 콜리플라워(General Tso’s Cauliflower) 외에도 포모사 치킨 샐러드(Formosa Chicken Salad)와, 시그니처 블랙 페퍼 비프 메뉴를 재해석한 브로콜리 비프(Beef with Broccoli)도 맛볼 수 있습니다.

바비 그린과 1933 그룹의 흠 잡을 데 없는 작업 덕분에 포모사 카페는 원래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할리우드 황금기의 상징인 이곳은 이제 또다시 오랜 단골과 처음 찾는 손님 모두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오늘도 문을 엽니다.

Formosa Cafe
7156 Santa Monica Blvd, West Hollywood 90046
(323) 850-9050
www.theformosacaf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