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달리아(Black Dahlia) 및 그 외 LA의 실제 범죄 현장들 찾아보기

El Coyote Mexican Cafe in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El Coyote Mexican Cafe in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 Photo: Sony Pictures

로스앤젤레스와 미스터리 범죄 실화의 연관성을 물어보면 1947년, 끔찍하게 훼손된 상태로 레이머트 공원(Leimert Park) 공터에서 발견된 아름다운 여배우 지망생 엘리자베스 쇼트(Elizabeth Short)의 미해결 살인 사건을 곧장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사건 당시 선정적인 언론에서 "블랙 달리아" 살인 사건(LA 탐정 소설의 아이콘인 레이먼드 챈들러가 각본을 쓴 누아르 영화 블루 달리아(1946)에서 따온 것으로 보임)으로 불린 이 사건은 70년이 넘도록 범죄 실화 장르 마니아와 범죄학자의 상상력을 사로잡아 작은 도서관, 세부 정보를 중시하는 웹사이트, 심지어 인기 버스 투어가 있을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LA의 실제 범죄 현장 목록은 블랙 달리아 살인 사건 관련 장소(소우든 하우스(Sowden House)나 시신이 발견된 레이머트 공원의 사우스 노턴 애비뉴(S. Norton Avenue) 공터 등) 외에 이 도시를 병적인 다크 투어 관광지로 만드는 여러 악명 높은 살인 사건과 "사고"를 집중 조명합니다.

블랙 달리아 사건과 같은 범죄 실화와 미스터리한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함께 둘러보세요. 지금부터 할 이야기들은 할리우드식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지만 비위가 상하거나 불안해지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가상의 장소와 소름 끼치는 실제 장소를 알아보고 싶다면 로스앤젤레스 13대 공포 명소(LA's 13 scariest places) 가이드를 확인해 보세요!

El Coyote Mexican Cafe in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El Coyote Mexican Cafe in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 Photo: Sony Pictures

샤론 테이트의 마지막 식사(Sharon Tate's Last Meal) - 엘 코요테(El Coyote)

누아르 시대에서 사이키델릭한 1960년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LA에서 일어난 범죄 실화에 관심이 있다면 "맨슨 패밀리 살인 사건(Manson Murders)"으로 유명한 연쇄 살인 사건과 관련된 장소들을 방문해 보세요.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관련 서적과 다큐멘터리가 많으니 참고하세요. 모든 살인 현장을 찾아보고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맨슨 패밀리 베케이션(Manson Family Vacation)에 나오는 불안한 젊은 남성 팬처럼 대대적으로 개조된 건물들을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혼돈의 1969년을 상기하는 데는 샤론 테이트(Sharon Tate)와 일행이 마지막 식사를 했던, LA에서 가장 오래된 멕시코 레스토랑 엘 코요테(주소: 7312 Beverly Blvd, Los Angeles 90036)에 가 보는 편이 덜 음침하면서도 역사적으로 더 정확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소름 끼치는 우연: 이 기사를 작성하던 날(2018년 10월 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에서 테이트의 마지막 식사를 재현하느라 엘 코요테는 출입이 통제됐었다고 합니다.

네드 도헤니 & 휴 플런켓(Ned Doheny & Hugh Plunkett) - 그레이스톤 맨션(Greystone Mansion)

LA에서 가장 큰 산업이자 가장 성공적인 산업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아니라 석유 산업임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20세기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악명 높고 유명한 미스터리 실화도 LA에서 가장 유명한 석유 재벌로 꼽히는 도헤니 가문과 관련 있습니다. 지역 석유계의 거물이었던 에드워드 도헤니(Edward Doheny)는 1928년에 가업을 물려줄 아들 에드워드 ‘네드’ 도헤니 주니어와 아들 가족을 위해 호화로운 그레이스톤 맨션(주소: 905 Loma Vista Dr, Beverly Hills 90210)을 지었습니다. 1929년 2월 16일, 네드 도헤니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조력자이기도 한 휴 플런켓이 저택의 손님용 침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동반 자살, 살해 후 자살, 두 건의 살인이었을지, 아니면 한 명의 죽음은 우발적인 것이었을까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1920년대 광범위한 정치 부패 스캔들로 인해 도헤니 가문은 타격을 입었고, 당시 두 사람이 연인 관계임을 암시하는 소문도 있었기에 수사는 시작부터 불투명했습니다. 결국 문제가 많았던 플런켓이 고의든 사고든 네드 도헤니를 살해한 뒤 자살한 사건으로 판결이 났습니다. 도헤니 가문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최근 장 스타인(Jean Stein)의 LA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담은 웨스트 오브 에덴(West of Eden)에서 구전 역사 형식으로 설득력 있게 펼쳐집니다. 현재 베벌리 힐스시가 소유하며 영화 촬영지로 자주 활용되는 그레이스톤 맨션은 위대한 레보스키(The Big Lebowski) 등 수많은 고전 영화에 등장하며 로스앤젤레스의 부를 상징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잭 파슨스 하우스(Jack Parsons House) - 패서디나(Pasadena)

냉전 시대의 스파이 활동, 아마추어 로켓 과학, 오컬트, 성적 의식, 라파예트 론 허버드(L. Ron Hubbard), 우주 프로그램의 기원, 비트 세대 이전의 시와 예술, 언더그라운드 영화 제작과 알리스터 크롤리(Aleister Crowley)의 카메오 출연까지, 이 모든 것을 결합한 LA 미스터리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제트추진연구소(JPL) 공동 설립자인 잭 파슨스는 흑마술과 신비주의적이고 성적인 단체 의식을 탐닉했고 1952년에 패서디나 자택(주소: 1071 1/2 S. Orange Grove Ave, Pasadena 91105)에서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파슨스의 가장 악명 높은 활동은 그가 목사관(The Parsonage)이라는 별명을 붙인 집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그가 JPL에서 비밀 취급 인가를 잃었을 무렵 패서디나 자택으로 이사했고, 집에서 직접 폭발물을 실험하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파슨스의 죽음이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의 마지막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CBS의 올 액세스 쇼 이상한 천사(Strange Angel)는 잭 파슨스의 삶과 기이한 경력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쇼입니다.

Property of Discover Los Angeles
Mobster Johnny Stompanato was stabbed to death at Lana Turner's house April 4, 1958 | Instagram by @loving.lois.lane

라나 터너의 집(Lana Turner's House) - 베벌리 힐스(Beverly Hills)

할리우드 살인 사건 중 가장 누아르 영화 같은 사건으로 1958년 베벌리 힐스에 있는 영화배우 라나 터너의 집(Lana Turner’s house)의 집(주소: 730 N Bedford Dr, Beverly Hills 90210)에서 조직폭력배 조니 스톰파나토(Johnny Stompanato)가 살해된 사건을 꼽을 수 있습니다. 스톰파나토는 당시 LA 최고의 조직폭력배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미키 (Mickey Cohen) 동료였으며 라나 터너의 애인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해 4월, 터너의 10대 딸 셰릴 크레인(Cheryl Crane)이 그녀와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터너는 딸에게 스톰파나토와 헤어질 거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날 오후, 스톰파나토가 집에 돌아왔고,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스톰파나토는 피가 흥건한 바닥에 쓰러진 채 숨져 있었습니다. 그는 정육점 칼에 찔린 상태였습니다. 미성년자였던 셰릴 크레인은 자신이 칼로 찔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재판을 받아 ‘정당 살인’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라나 터너의 집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남아 있습니다.

Los Feliz Murder House
Los Feliz Murder House | クレジット: @damngina_22, Instagram

로스 펠리즈 머더 하우스(Los Feliz Murder House)

최근까지만 해도 로스앤젤레스에서 으스스한 심야 드라이브를 즐기는 마니아들은 LA 범죄 유적의 성배라고 불리는 로스 펠리즈 머더 하우스(주소: 2475 Glendower Pl, Los Angeles 90027)를 찾아 로스 펠리즈 대로 위의 구불구불한 언덕을 올라가는 일이 흔했습니다. LA 범죄 전설에 밝은 사람에게 물어보면 재정난에 시달리다가 1959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족을 모두 살해한 후 자살한 심장 전문의 해럴드 페렐슨 박사(Dr. Harold Perelson)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사건 이후 언덕의 저택은 방치되어 반세기 동안 범죄 현장이 그대로 보존됐습니다. 괴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택 부지 안으로 들어가면 크리스마스트리와 열지 않은 선물들, 살인 사건 이후 아무도 손대지 않은 1959년 잡지들이 있는 먼지 쌓인 20세기 중반의 거실을 볼 수 있다”라고 말할 것입니다. (12월 6일에 살인이 발생했고 딸 한 명은 살아남았다는 둥 일부 부정확한 부분이 있지만 나머지는 거의 사실에 가깝습니다.) 이 저택은 지난 몇 년간 매매가 이뤄지고 리모델링을 거쳤기 떄문에 아쉽지만 엽기적인 스릴을 추구하는 분들과 기괴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예전처럼 창문 너머로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American Horror Story) 제작진은 로스 펠리즈 살인 사건의 특정 요소를 각색하면서 범죄가 일어난 집의 외관으로 1902년의 랜드마크인 로젠하임 맨션(Rosenheim Mansion, 주소 1120 Westchester Place)을 선택했는데, 이는 불안할 정도로 평범한 글렌도우(Glendower) 저택보다 훨씬 ‘고풍스러워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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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hn Ranch, home of the Manson Family, ca. 1969-70 | Instagram by @esai.s

맨슨 패밀리(Manson Family) - 스판 랜치(Spahn Ranch)

범죄 실화 로케이션 투어와 경치 좋은 자연에서 하이킹을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맨슨 패밀리와 관련된 또 다른 장소 스판 랜치(주소: 1200 Santa Susana Pass Rd, Topanga 90290)를 방문해 보세요. 한때 카우보이 영화 세트장이었던 곳으로 맨슨 패밀리가 한창 흉흉한 "범죄"를 저지르던 기간에 거주했던 곳입니다. 스판 랜치는 조지 스판(George Spahn)이라는 노인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는 맨슨의 매력적인 히피 "여자 친구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가사 노동의 대가로 맨슨과 그의 추종자들이 그곳에 머무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맨슨이 체포된 후 추종자들은 하나둘 떠났고 몇 차례의 화재로 이미 낡은 건물은 더욱 황폐해졌습니다. 현재 이곳은 산타 수사나 패스 주립 역사 공원(Santa Susana Pass State Historic Park)의 한 구역으로 아틀라스 옵스큐라(Atlas Obscura)와 같은 여러 단체에서 맨슨 거주지 투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투어에서 관광객들은 맨슨 패밀리가 사용했던 차량 일부를 포함해 50년간의 약탈 끝에 남은 몇 안 되는 물건들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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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nderland Murders House in Laurel Canyon | Instagram by @krysttheconqueror

원더랜드 머더스 하우스(Wonderland Murders House) - 로렐 캐년(Laurel Canyon)

1980년대는 1950년대와 1960년대만큼은 범죄 실화가 많지 않았지만, 1981년 원더랜드 살인(Wonderland Murders) 사건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많은 사람이 "1970년대의 죽음"으로 여기는 로스앤젤레스 범죄자의 복잡한 이야기로 잘 알려진 이 끔찍한 살인 사건은 유명한 마약 소굴(주소: 8763 gruesome 90046)에서 발생했으며 발 킬머(Val Kilmer) 감독은 이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2003년에 영화 원더랜드(Wonderland)를 제작했습니다. 도시에서 만연한 코카인 거래에 가담한 네 명이 무참히 살해된 이 대담하고 (지금까지도 미제로 남은) 살인 사건은 히피 유토피아였던 로렐 캐년(Laurel Canyon)을 뒤흔들었습니다. 기소된 용의자 중 한 명은 유명한 남성 포르노 스타인 존 홈스(John Holmes)였습니다. 홈스는 1970년대 유흥업계의 악명 높은 거물 에디 내쉬(Eddie Nash)를 비롯해 사건에 연루된 수많은 인물과 연루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1982년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Property of Discover Los Angeles
The Petersen Automotive Museum before its $90-million renovation in 2015 | Photo courtesy of the Petersen
The bullet-ridden door of the SUV that Notorious B.I.G. was riding in when he was murdered
The bullet-ridden door of the SUV that Notorious B.I.G. was riding in when he was murdered outside the Petersen Automotive Museum | Photo: FBI

노토리어스 B.I.G.(The Notorious B.I.G.) -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Petersen Automotive Museum)

1950년대와 1960년대 로스앤젤레스의 실제 범죄 미스터리 투어에서 종종 간과되는 장소 중 하나는 최근 스테인리스강 리본 디자인으로 건물 외관을 꾸며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미러클 마일(Miracle Mile) 지역의 랜드마크,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입니다.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주소: 6060 Wilshire Blvd, Los Angeles 90036)은 권력, 명성, 돈, 범죄, 경찰과 지하 세계의 비밀스러운 커넥션, 갱단 간 경쟁,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어두운 면, 마약, 심지어 여자를 둘러싼 싸움 등 로스앤젤레스 누아르 문화를 정의하는 독특한 요소들을 떠올리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97년 3월 9일, 뉴욕의 래퍼 노토리어스 B.I.G.가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다가 수행원들과 함께 SUV를 타고 건물을 나간 후 몇 초 뒤에 지금까지도 공식적으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임스 엘로이(James Ellroy)의 말처럼 로스앤젤레스의 누아르적인 매력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