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귀신 바에서 망자와 함께 한잔을

로스앤젤레스의 밤 문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죽은 자들의 밤도 그럴까요? 유령과 함께 앉아 술잔을 기울이기에는 LA만 한 곳이 없습니다. 이 신비로운 도시 곳곳에는 유령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클럽마다 가득합니다. LA에서 유령 파티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소문난 곳을 모았습니다.

클리프턴스 리퍼블릭(Clifton's Republic)
클리프턴스 리퍼블릭(Clifton's Republic)(648 S Broadway, Los Angeles 90014)의 역사는 세계 대공황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클리퍼드 클린턴은 식당을 차리면서 한 가지 원칙을 두었습니다. 식당에서 대접하는 음식의 값은 ‘손님이 원하는 대로’ 하고, 돈을 낼 수 없는 손님이라도 내쫓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클린턴에게는 어두운 과거가 있었습니다. 평생 그를 사랑한 내연녀가 자신의 유골을 그의 식당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할 정도로 집착했던 것입니다. 1935년 두 번째 지점으로 문을 열었던 클리프턴스 브루크데일(Clifton's Brookdale)은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으스스한 디즈니풍 ‘숲’ 테마와 박제 동물 소품 장식 등) 2015년에 다시 문을 열었는데, 공사 기간에 내연녀의 유령, 재즈 시대의 그 불안한 영혼을 목격한 직원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고, 사진으로도 그 모습이 남았다고 합니다.

에이치.엠.에스(H.M.S) 바운티(BOUNTY)
게이로드 아파트(Gaylord Apartments) 1층에 자리한 에이치.엠.에스는 아직 ‘게이’라는 단어가 ‘행복하다’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던 시절부터 있었습니다. 바운티는 1920년대의 정취를 아름답게 간직한 마린 콘셉트 술집으로, 이 술집이 위치한 윌셔대로(Wilshire Boulevard)의 어원인 게이로드 윌셔(Gaylord Wilshire)가 설립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초창기에 윌셔는 쓰레기 처리장에 고급 상점가를 지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시체를 버리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죠. 바운티의 여자 화장실에 가실 분은 주의하세요. 곁눈질하며 쳐다보는 귀신 부동산 개발자의 권위 의식 가득 찬 눈빛이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무쏘 앤 프랭크 그릴(MUSSO & FRANK GRILL)
할리우드의 가장 오래된 식당인 무쏘 앤 프랭크 그릴은 2019년 설립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생긴 지 100년이 넘은 탓에, 이 식당에는 귀신들이 잔뜩 모여 있습니다. 이미 죽은 셀럽들도 아직 무쏘 식당을 자주 찾는 모양입니다. 에롤 플린(Errol Flynn), 오슨 웰스(Orson Welles), 그리고 진 할로우(Jean Harlow)가 본인이 살던 집 외에도 이곳에서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이 역사적인 식당은 마티니와 플란넬 케이크로 유명한데,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도 아직 여기 단골이라네요. 채플린은 그 시절 자신만을 위해 비어 있던 부스 자리에 예전처럼 편히 앉아 있는 모습으로 자주 목격된다고 합니다. 바로 창문 옆의 올드 룸 1번 자리입니다.

블랙 래빗 로즈 & 마담 시암(BLACK RABBIT ROSE & MADAME SIAM)
블랙 래빗 로즈는 휴스턴 호스피탈리티(Houston Hospitality) 밤 문화 사업체 중 하나로 할리우드대로 1917 힐뷰 아파트(1917 Hillview Apartments)에 있는 동네 극장입니다. 현재는 허드슨 아파트(Hudson Apartments)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오래된 4층짜리 주택이지만 무성영화 시기 스타 배우들의 귀신을 만났다는 주민들의 제보가 끊이지 않다는데요. 할리우드 황금기 시절 인기 스타였던 루돌프 발렌티노(Rudolph Valentino)가 운영한 주류 밀매점의 퇴폐적인 분위기로 유명했던 이 건물은 비밀스러운 오컬트 역사가 흐르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었습니다. 베일 속에 감춰진 비밀 결사의 신비와 그들의 끊임없는 종교의식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블랙 래빗 라운지에서는 칵테일과 태국 및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크라잉 타이거(Crying Tiger) 테이크아웃 요리를 제공하고, 로즈 극장(Rose Theatre)에서는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마술쇼와 풍자극을 공연합니다.
지하에 위치한 마담 시암(Madame Siam)은 여러 요소가 카니발을 연상하게 합니다. 회전목마, 새장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와 김정은 캐리커처도 있습니다. 정식 칵테일 메뉴에는 없지만, 실력 있는 바텐더들에게 올드 패션드(Old Fashioned)나 톡 쏘는 메스칼린 마가리타(mezcal Margarita)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포모사 카페(FORMOSA CAFE)
원래는 LA의 레드 카 트롤리로 쓰였던 포모사 카페는 1925년에 개업했습니다. 지금은 더 랏(The Lot)으로 알려진 스튜디오가 건너편에 있는 덕에 포모사 카페는 항상 연예인 단골집이었는데요.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부터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시대는 다르지만 니컬러스 케이지(Nicolas Cage),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도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LA 컨피덴셜(LA Confidential)을 포함한 여러 영화에도 나왔던 빈티지 풍의 인테리어는 이제 모던하게 바뀌었지만, 귀신들은 여전히 있습니다. 바텐더 한 명은 혼자 있을 때 누군가 시나트라의 ‘뉴욕, 뉴욕(New York, New York)’을 밤늦은 시간 트는 것을 듣기도 했다네요...

레지듀얼스 태번(RESIDUALS TAVERN)
LA의 호러 스토리 대부분은 당연하게도 할리우드와 연관이 있습니다. 스튜디오 시티(Studio City)에 위치한 레지듀얼스 태번은 1986년 ‘레지듀얼스(Re$iduals)’로 오픈했습니다. 끊임없이 재방송되는 프로그램 출연료가 ‘레지듀얼’이라는 데서 이름을 따 왔습니다. 이곳은 그다지 유명하지 못한 배우들이 자주 찾았고, 사후에도 실패한 커리어를 지닌 유령으로 떠돈다네요. 하지만 이곳 다락 좁은 공간에 가면 배우 귀신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는데, 관련해서 묻는 말에도 주인과 직원들은 입을 꾹 다문다고 합니다.

타운하우스 & 델몬테(TOWNHOUSE & THE DEL MONTE)
베니스 비치(Venice Beach)에서 멀지 않은 윈드워드거리에 있는 역사적인 타운하우스와 지하 매장 델몬테는 1915년 메노티스(Menotti’s)라는 이름으로 개업한 바입니다. 베니스 비치에서 가장 오래된 바인 타운하우스는 금주법 시대(Prohibition Era)에 ‘식료품점’으로 운영됐지만, 델몬테는 사실상 주류 밀매점이자 주류 밀수업자들의 소굴이었습니다. 금주령이 해제되고 지상 매장은 다시 더 도어즈의 짐 모리슨(Jim Morrison of The Doors)과 같은 단골손님이 찾는 바로 재개업했습니다. 이 바는 지금도 베니스 비치 만남의 장으로서 수제 칵테일과 유흥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1972년부터 200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바를 운영했던 프랭크 베넷(Frank Bennet)이 종종 앉아 바를 지켜보던 구석진 테이블에서 그의 존재감을 느낀 손님들이 있다고 하네요.

베어풋 바 - 듀크스 말리부(Barefoot Bar - Duke’s Malibu)
1996년 문을 연 듀크스 말리부는 하와이 출신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대 서핑 분야의 아버지 격인 듀크 카하나모크의 이름을 딴 하와이 컨셉의 식당 여섯 개 중 하나입니다. 베어풋 바에서는 바다 경치를 감상하며 듀크스 마이 타이(Duke's Mai Tai), 하와이언 뮬(Hawaiian Mule), 라바 플로우(Lava FLow)와 같은 듀크 컨셉의 음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곳은 본래 1915년 라스 플로레스 여인숙(Las Flores Inn)으로 개업했는데, 1944년 그리스인 이민자 ‘캡틴’ 크리스 폴로스(‘Captain’ Chris Polos)가 인수한 후 이름을 말리부 시 라이언(Malibu Sea Lion)으로 바꾸고 실제 기각류 생물들을 수조에 전시했습니다. 폴로스는 식당 위 아파트에서 지내며, 1986년 향년 99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일 식당을 운영했습니다. 그 뒤 폴로스의 영이 이승에 남아 식당을 떠돌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답니다.

베이스먼트 태번(BASEMENT TAVERN)
원래 오션 대로(Ocean Boulevard)에 오픈했었고 1892년 목사관으로 산타 모니카(Santa Monica) 초기 정착자들의 집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더 빅토리안(The Victorian)에 있었지만 지금은 1973년에 헤리티지 스퀘어(Heritage Square)의 메인 스트리트로 옮겨졌습니다. (몬테시토 하이츠(Montecito Heights)의 헤리티지 스퀘어 박물관(Heritage Square Musem)과 헷갈리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이곳을 지켰던 델리아(Delia)라는 나이 많은 여성은 집이 옮겨진 뒤로 어디로 갔는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빅토리안의 지하에 있는 베이스먼트 태번의 직원을 포함한 몇몇 사람들은 그녀가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있다고도 한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