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세계적 수준의 도시에는 어른들의 ‘펀존(Fun Zone),’ 즉, 모든 시대의 ‘재미’에 관한 아이디어들이 어지럽게 계승되어 내려오며 매력적인 역사를 남겨놓은 전설적인 공간이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오랜 세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셋 스트립보다 ‘펀존’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곳을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아이코닉’과 ‘전설적인’이라는 단어들이 과도하게 사용될 수 있지만, 웨스트 할리우드와 베벌리 힐즈 사이 2km에 달하는 선셋 대로의 경우 이러한 단어들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 스트립의 어느 지점에서든, 과거 짝퉁 술과 구토에 얼룩져있던 곳들이 현재 EDM과 보틀 서비스로 대두되며 숨은 룰렛과 호화행사, 고고 케이지(go-go cages)와 몽롱한 소울 나잇타임 피크닉, 그리고 스판덱스와 남성용 마스카라 등까지의 역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선셋 스트립은 로스앤젤레스가 끊임없이 기염을 토해내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상당한 돈을 쓰고, 부끄러운 문란 행위를 하며, 파파라치를 피하기도 하고 반대로 파파라치에 사진을 찍히려 온갖 행위를 하고, 도박을 하고, 신나서 뛰어다니며, 커플이 되었다 다시 헤어졌다 (의식적으로 혹은 그 반대로도), 술에 취하기도 하는 곳입니다.
이 스트립의 결은 깊숙합니다. 이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는 고대 문학용어인 ‘팔림프세스트 (palimpsest)’인데, 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양피지 한 장에 글을 썼을 때, 각기 다른 세기의 온갖 다른 텍스트들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선셋 스트립에서 죽다 살아난 이들은 이곳에서 죽은 유명인들(마릴린 먼로, 짐 모리슨, 존 벨루시, 리버 피닉스 등)과 관련해서 뿐만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의 파티와 관련된 유령 체험기를 들려줍니다.
PART I: 크레센트 하이츠에서 LA 시에네가까지
크레센트 하이츠 대로와 선셋이 만나는 스트립의 동쪽 경계에서 시작해보세요. 할리우드 방향인 동쪽을 바라보시면, 남동쪽 코너에서 슈왑스 파머시(Schwab’s Pharmacy)가 있던, 현재는 8000 선셋 쇼핑몰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 보일 겁니다. AMC Sunset 5 에서 인디영화를 한 편 감상하며 바로 이 곳이 슈왑스(Schwab’s)가 있던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슈왑스는 193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영화스타, 신진 배우, 영화 감독들이 모두 탄산음료를 마시며 모여 마치 빌리 윌더(Billy Wilder) 감독의 영화 <선셋 불레바드(Sunset Boulevard)> 등장인물의 명대사 ‘대박을 기다리고 있었어’ 과 같은 일이 벌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장소입니다. 좀 더 동쪽으로 가면, 선셋의 북쪽에 위치한 래프 팩토리(Laugh Factory)는 밤마다 최고의 스탠드업 코메디언 라인업을 자랑하는 두 곳의 스트립 지역 코메디 클럽들 중 한 곳입니다.
자, 이제 서쪽을 보세요. 한쪽으로는 유명한 샤또 마몽(Chateau Marmont)이 있습니다. 샤또 코트야드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의 브런치는 비교되지 않는 할리우드에서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반드시 예약을 하고 가세요. 이 랜드마크 산비탈에 위치한 성은 현재 럭셔리 호텔로 바뀌었으나(정통적으로 불필요한 서비스 없이 기본만 제공되는 호텔), 호텔 역사상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현재 이 호텔은 룸, 펜트하우스, 방갈로(이곳에서 내내 술에 취한 극작가들에 의해 수없이 많은 희곡 대본이 쓰여지고 완성되었습니다.)를 중세 보헤미안 시크 스타일로 복구되어 있습니다.
그 옆쪽으로 바 마몽(Bar Marmont, 2017년 3월 말 폐업)이 있었던 이 자리는 1970년대 초 로드니 빈젠하이머(Rodney Bingenheimer)의 화려함에 집중한 E-Club 본점이 있던 곳으로, 이후 이곳은 스트립의 동쪽으로 옮기고 로드니즈 잉글리쉬 디스코(Rodney’s English Disco)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2018년 7월, 뉴욕의 유명 식당 이엔 재패니즈 브라스리(EN Japanese Brasserie)의 레이카 알렉산더(Reika Alexander)는 샤토 마몽(Chateau Marmont)과 협업하여 유명 호텔의 빈 방갈로에 샤토 하나레(Chateau Hanare)를 오픈했습니다. 샤토 하나레는 다양한 조리법으로 요리된 일본식 코스 요리인 카이세키가 전문입니다.
가든 오브 알라(Garden of Allah) 본래 위치는 길 건너편 하벤허스트(Havenhurst)와 크레센트 하이츠(Crescent Heights)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호텔 아파트 복합건물은 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사유 빌라들이 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거의 모든 당대 스타들이 수많은 전설적인 밤을 보냈던 곳입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소설, 영화, 가십 칼럼에 소재로 등장한 뒤, 가든 오브 알라는 1959년 허물어졌고, 중세 현대식 은행과 쇼핑몰로 탈바꿈했습니다. 여전히 은행건물로 사용되고 있으나(현재는 체이스 뱅크),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선셋대로 8150번지의 복합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교차지점은 언더그라운드 록밴드 판도라스 박스(Pandora’s Box)의 본거지가 있던 곳이자, 1966년 ‘선셋 스트립 폭동’이 일어났던 곳인데, 이 사건은 버팔로 스프링필드(Buffalo Springfield)가 자신들의 노래 ‘가치 있는 일을 위하여(For What It’s Worth)’로 추모하기도 했습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대저택을 지나 선셋의 양 편으로 선셋 쪽으로 사람들에게 환영의 손짓을 하는 회전동상 두 개가 있었는데, 바로 카우걸(Cowgirl, 1970년작 고전영화 마이라 브렉킨릿지(Myra Breckinridge)에 등장)과 만화에 나와 많은 사랑은 받은 록키와 볼윙클(Rocky and Bullwinkle)이 있었습니다. 록키와 볼윙크은 웨스트 할리우드 시의회가 최근 만장일치로 홀러웨이(Holloway)와 선셋의 교통섬에 다시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핑크 타코(Pink Taco)에서 멕시코 요리를 시켜서 현재 이 동상이 위치해 있는 발코니가 있는 구조물을 바라보세요. 같은 건물이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더 플레이어스 클럽(The Players Club)’이었는데, 이곳은 화려한 남녀들이 목격되는 곳이었습니다. ‘더 플레이어스’는 ‘더 댄서즈’라는 이름으로 레이몬드 챈들러(Raymond Chandler)의 저평가되었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정통 할리우드 소설 <더 리틀 시스터(The Little Sister, 1949년작)>과 1953년에 발간된 명작 <더 롱 굿바이(The Long Goodbye)> 등, 두 소설에 등장하는 정통 스트립 지역 명소입니다.
스트립 지역에 대한 챈들러의 애증이 엇갈리는 관점은 1930년대-1950년대 널리 퍼져있던 우려, 즉, 스트립 지역에 온갖 부정한 돈벌이를 하는 깡패들이 넘쳐났고, 이 지역에서 ‘시카고’가 ‘로스앤젤레스’로 옮겨왔다는 우려를 보여줍니다. 이곳은 LA에서 가장 악명 높은 깡패 미키 코헨(Mickey Cohen)의 본거지 스트립이며, 제임스 엘로이(James Ellroy)의 여러 소설과 <LA 컨피덴셜(L.A. Confidential)>과 <블랙 달리아(The Black Dahlia)> 같은 원작 소설을 각색한 현대영화들에 등장하는 경찰, 깡패, 유명인들의 세계입니다.
‘핑크 타코(Pink Taco)’와 최고의 디스코 시대 음반 회사 카사블랑카 레코즈(Casablanca Records)가 있던 룸 이스케이프(Room Escape) 건물 을 지나면 카보 칸티나(Cabo Cantina)에 도달하게 됩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동일한 빌딩이 페이더 요드(Fader Yod)와 그의 아쿠아리언 패밀리가 운영하는 더 소스(The Source) 채식 레스토랑 건물이었으며, 우디 앨런이 애니홀(Annie Hall)에서 건강한 LA음식에 관해 농담을 던진 장소이기도 합니다. 기차 모양의 식당 카니스(Carney’s)는 1970년대부터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카니스를 지나면, 할리우드 황금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희곡의 중심 허브들 중 한 곳에 도달하게 됩니다.
새들 랜치 찹 하우스(Saddle Ranch Chop House)는 1930년대에 카사노바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선셋 건너편에는 웅장한 선셋 타워 호텔(Sunset Tower Hotel)이 있는데, 이곳은 이전에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와 수많은 다른 배우들이 살고 머물렀던 아파트 복합단지입니다. 유명인들을 계속 보게 될 이 레스토랑 겸 바에서는 단연 오늘날 스트립의 스타 캐릭터인 디미트리의 지배인의 진정한 정통 환대를 제공합니다. 대로 아래쪽에 텅 빈 하우스 오브 블루스(House of Blues)는 현재 재개발 중입니다.
길 건너에 있는 유리박스 형태 건물은 현재 안다즈 웨스트 할리우드(Andaz West Hollywood)호텔인데, 이 곳은 1930년대에 진 오트리 호텔(Gene Autry Hotel)로 출발했으며, 일명 ‘폭동 하우스’라고 불리던 롤링스톤과 레드제플린 같은 밴드들(그리고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Almost Famous)> 등장인물들)이 가장 신나면서 악명 높은 방탕 행위를 펼쳐 보였던 ‘록 앤 롤’ 호텔 컨티넨탈 하야트 하우스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혹은 악명 높아졌습니다). 측면에서 건물 뒤쪽을 보면, 여러 록스타들이 (케이스 리처드(Keith Richards)의 스턴트 장면에서 영감) 창문 밖으로 TV세트를 던졌던 바로 그 곳을 보고 있을 것입니다.
그 옆쪽으로 코메디 스토어(Comedy Store)는 1972년 4월 오픈한 이래 스탠드업 코메디의 메카였습니다. 이 건물은 1940년과 1957년 사이 전설적인 치로(Ciro's)의 소유였으며, 할리우드 상류층이 풍류를 즐기던 중심지였습니다. 길 아래편 트로카데로(Trocadero)와 모캄보(Mocambo)를 따라 자리잡은 이 클럽들은 영화세계가 현실세계보다 확실히 더 과장되었던 당시 할리우드 밤문화의 첨단을 달린 곳입니다.
코메디 스토어 옆쪽 큰 건물에는 일본식 퓨전 레스토랑 카타나(Katana)가 있습니다. 건물의 나머지 부분은 별 특징이 없어 보일지 모르나, 피자 델 솔(Piazza del Sol: 1986년부터 현재의 이름을 유지)은 이 도시의 건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다채로운 역사를 자랑하는 곳들 중 한 곳입니다. 1927년 하시엔다 암스(Hacienda Arms) 럭셔리 아판트로 지어졌던 이 건물은 직후 영화업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유명한 저택이 되었고, 악명 높은 범죄 소탕도 일어났습니다. 이후 1983년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로 집이 거의 파괴된 뒤, 수년 간 이 빌딩은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의 소유였습니다. 이 건물은 1983년 12월 하시엔다 암스 아파트로 미국 국립사적지에 등재됐습니다.
피아자 델 솔(Piazza del Sol)에서 퀸즈로드(Queens Road)를 건너면 있는 주차장은 구 클로버 클럽(Clover Club)인데, 이곳은 1920년대에 깡패 소유의 도박소굴로 너무 악명 높아 염려하던 이웃 주민들은 이곳을 ‘시카고를 로스앤젤레스로’ 들여놓으려는 노골적인 시도라고 비난하는 전광판 비용까지 지불했습니다.
다음편: 선셋 스트립 파트 2에서는 라 시에네가부터 도헤니까지 전설적인 클럽과 밤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해드립니다.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