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촬영지

영화의 도시 L.A.에서 아카데미상 수상의 영광을 누린 관광 명소를 탐방해보세요

Scene from "The Artist" at the Bradbury Building in Downtown LA
Scene from "The Artist" at the Bradbury Building  |  Photo:  @filmtourismus

로스앤젤레스에서는 1929년 5월 16일 할리우드 루즈벨트 호텔(Hollywood Roosevelt Hotel)에서 제1회 시상식이 열린 이후 해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립니다. 제1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날개(Wings)를 포함해 총 8개의 오스카 트로피가 수여되었습니다. 그 후 수십년 간 수많은 작품상 수상작이 L.A.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오스카 수상에 빛나는 인상적인 L.A. 영화 촬영지 10곳에 대해 알아보세요.

French Street at Warner Bros. Studio
French Street | Photo: Warner Bros. Studio

카사블랑카 –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영화 카사블랑카(Casablanca)에는 험프리 보가트의 “우리에겐 파리에서의 추억이 있어요”라는 명대사가 나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우리에겐 버뱅크에서의 추억이 있어요”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1943년도 아카데미 최우수 영화 수상작에 등장하는 파리의 장면은 사실 우리가 아는 빛의 도시 파리가 아닌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Warner Bros. Studios)의 옥외 촬영지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분위기와 걸맞게 프렌치 스트리트(French Street)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촬영지는 매번 바뀌는 옥외 세트장의 특성상 주인공 일사 런드(잉그리드 버그만)와 릭 블레인(험프리 보가트)이 독일군의 침공이 임박한 사실을 알게 된 정확한 장소가 어디인지는 아직도 미제로 남아있습니다. 험프리 보가트 팬들 중 프렌치 스트리트를 직접 가보길 원하는 분들은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투어 할리우드에 참여해 영화 속 거리에서 그림처럼 예쁜 매장의 모습도 감상해보세요.

Cole's French Dip exterior
Cole's French Dip  |  Photo: Yuri Hasegawa

포레스트 검프 – 콜스



1994년 아카데미 최우수 영화 수상작 포레스트 검프에는 L.A.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겸 바인 콜스(Cole’s)가 등장하는데, 이 레스토랑은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 분)가 자신을 그리 반기지 않았던 댄 중위(개리 시나이즈 분)를 재회한 장소인 딕 캐빗의 TV 스튜디오 외부 모습으로 나옵니다. 그 후 이들이 새해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댄 중위가 검프에게 만약 검프가 새우잡이 배 선장이 되면 자신이 일등항해사가 되어주겠다는 언어유희 섞인 약속을 하는 장소도 바로 콜스입니다. 이 유서 깊은 레스토랑은 1908년에 처음 문을 열었으며 프렌치 딥 샌드위치(French Dip Sandwich)의 원조라는 자부심이 대단합니다(또 다른 원조인 필립 디 오리지널Philippe the Original에는 이 사실을 알리지 마세요!). 콜스는 그녀가 모르는 그녀에 관한 소문(Rumor Has It), 세븐(Se7en), 우리, 사랑일까요?(A Lot Like Love), 위기의 암호명(Jumpin’ Jack Flash) 등 여러 해 동안 다수의 영화 속 장면으로 등장한 바 있습니다. 포레스트 검프가 탁구를 배우며 전쟁의 부상에서 회복하던 장소는 핸콧 공원에 자리한 이벨 오브 로스앤젤레스(Ebell of Los Angeles)의 2층입니다.

Scene from "The Artist" at the Bradbury Building in Downtown LA
Scene from "The Artist" at the Bradbury Building  |  Photo: @filmtourismus

아티스트 – 브래드버리 빌딩



영화 아티스트(The Artist)는 흑백 무성 영화 스타일로 제작해 2011년에 개봉한 프랑스 영화입니다. 1927년부터 1932년 사이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연출된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무성영화 스타 조지 발렌틴(George Valentin: 장 뒤자르댕 분)과 그가 만난 코러스 걸 페피 밀러(Peppy Miller: 베리니스 베조 분)의 삶을 담아냈습니다. 이 영화는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무성영화가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조지 발렌틴의 커리어는 하락 일로를 걷는 반면 밀러는 주연 여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영화 아티스트는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미셀 하자나비시우스), 남우주연상(장 뒤자르댕)을 휩쓸며 오스카의 주역이 되는 역사를 썼으며, 아카데미 의상 디자인상과 음악상도 수상했습니다.

영화는 L.A.의 여러 장소에서 촬영되었는데, 다운타운 L.A.에 위치한 랜드마크 브래드버리 빌딩(Bradbury Building)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 건물의 계단을 내려가는 조지와 계단을 오르는 페피가 서로 마주치는 상징적 장면은 영화배우로서 서로 대비되는 커리어와도 유사합니다. 브래드버리 빌딩은 1982년에 개봉한 SF 영화의 고전인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를 포함해 TV 드라마, 뮤직비디오, 영화에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Cabo Cantina on the Sunset Strip
Photo: Cabo Cantina - Sunset Strip, Facebook

애니 홀 – 카보 칸티나 선셋 스트립



1977년 오스카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애니 홀(Annie Hall)을 보면 우디 앨런이 선셋 대로(Sunset Boulevard)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 안에서 ‘알팔파 새싹을 곁들인 매쉬드 이스트’가 놓인 테이블에서 자신의 여자친구 다이안 키튼(Diane Keaton)에게 청혼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 촬영 당시 '더 소스(The Source)'라는 이름의 유기농 건강식당이었던 이 레스토랑은 영화의 주된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종교집단인 더 소스 패밀리(The Source Family)의 교주 ‘파더 요드(Father Yod)’가 만든 이 채식 레스토랑은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셀럽들의 명소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 레스토랑은 종말의 시기가 임박했음을 우려한 요드가 하와이로 도주하기 전에 매각되어 현재 카보 칸티나 선셋 스트립(Cabo Cantina Sunset Strip)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이 클래식 코미디 영화에 등장했던 모습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The Beverly House in Beverly Hills
The Beverly House | Photo: Jade Mills

대부 – 비벌리 하우스



1972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영화 대부(The Godfother)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비벌리 힐스에 자리한 저택 비벌리 하우스(Beverly House)에서 촬영되었습니다. 건축가 카우프만(Gordon B. Kaufmann)이 디자인한 약 66.89제곱미터(m²) 규모의 이 저택에서는 법률 고문 탐 헤이건(로버트 듀발 분)이 영화 제작자 잭 월츠(존 말리 분)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왈츠가 이 제안을 거절한 다음날 아침, 그는 자신의 침대에서 애마의 절단된 머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비벌리 하우스는 출판 업계의 거장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가 말년을 보냈으며,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와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신혼여행을 즐긴 장소이기도 합니다. 영화 촬영 장소로 쓰인 곳은 이 저택의 외부이며 내부 장면이 촬영된 곳은 롱아일랜드의 구겐하임 저택입니다.

Santa Monica Pier Carousel
Santa Monica Pier Carousel | Photo: Frank Fujimoto, Flickr

스팅 – 산타모니카 루프 히포드롬



1974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영화 스팅(The Sting)은 193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주된 촬영지는 로스앤젤레스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소 중 하나는 산타모니카의 루프 히포드롬(Santa Monica Looff Hippodrome)으로, 이곳에서 사기꾼 헨리도프(폴 뉴먼 분)는 산만한 여자친구 빌리(아일린 브레넌 분)와 함께 일합니다. 아티스트 알버트 위틀록(Albert Whitlock)은 회전목마가 시카고에 있는 것처럼 연출하기 위해 이슬람 양식의 2층 구조물 뒤에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매트 페인팅(실사 촬영이 어려운 영화 속의 특정 공간을 묘사하는 그림으로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전성기를 이끈 특수 시각효과) 기법으로 표현했습니다. 유서 깊은 산타모니카 항구와 인접해 있는 루프 히프드롬은 찰스 I.D. 루프와 그의 아들 아서가 1916년에 건축한 것으로 지금도 스팅에서 나온 모습 그대로 대부분이 간직되어 있습니다. 세 개의 회전목마는 긴긴 세월 동안 이곳에 자리해있는데,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필라델피아 토보간 컴퍼니 회전목마 #62’은 1922년에 제작되어 1947년에 산타모니카로 옮겨왔습니다.

The Culver Studios Mansion | Photo courtesy of shiner.clay, Flickr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컬버 스튜디오 맨션



컬버 스튜디오(The Culver Studios)는 무성영화 제작자 토마스 인스(Thomas Ince)가 1918년 설립했습니다. 이 부지에 지어진 첫 번째 건물이자 훗날 토머스 H. 인스 스튜디오(Thomas H. Ince Studios)로 알려진 맨션(Mansion)은, 조지 워싱턴의 생가 마운트 버논을 모델로 건축한 약 1,394제곱미터(m²)에 달하는 거대한 식민지 시대 양식의 관청 건물입니다. 프로듀서 데이비드 O. 셀즈닉(David O. Selznick)이 1935년 이 부지를 인수해 셀즈닉 인터내셔널 픽처스(Selznick International Pictures)라고 이름을 달았고, 그의 1939년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를 이 건물에서 촬영했습니다. 이 대작에 나오는 맨션의 대문과 조경 사이로 난 보도는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 분)과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 분)가 애틀랜타에 새롭게 마련한 보금자리의 입구로도 사용됩니다. 이 맨션의 외부는 촬영을 위해 매트 페인팅 기법으로 칠했으며, 원래는 레트와 스칼렛의 애틀랜타 저택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애틀랜타의 화재 장면도 이 스튜디오의 과거 옥외 촬영지에서 촬영되었는데, 셀즈닉은 화재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낡은 세트장을 불태웠고 그 자리에 타라 건물의 파사드를 재현했습니다. 이 맨션과 집으로 이어지는 보도는 여전히 남아있으며 워싱턴 대로에서 그 모습이 아주 잘 보입니다.

Charlie Babbitt's apartment from "Rain Man" | Photo by Lindsay Blake

레인 맨 – 찰리 배빗의 자택



1988년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영화 레인 맨(Rain Man)은 미국 전역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몇몇 장면이 촬영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찰리 배빗(탐 크루즈 분)이 살았던 자택 건물입니다. 자폐증 환자인 형 레이몬드(더스틴 호프만 분)가 컨벡션 오븐에서 에고 와플(Eggo waffles: 켈로그 사가 생산하는 와플의 상품명)을 굽다가 화재 경보음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심하게 발작하던 장면(오스카 연기상 수상 장면)도 이 아파트입니다. 또한, 아파트 단지 뒤편인 에반뷰 드라이브(Evanview Drive)도 영화 속에 등장했죠. 이 건물이 유명해진 이유는 레인 맨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 아파트는 브래드 피트가 아주 젊었던 시절인 90년대에 거주하면서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Frankie Dunn’s house from “Million Dollar Baby” | Photo by Lindsay Blake

밀리언 달러 베이비 – 프랭키 던의 자택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는 여우 주연상(힐러리 스웽크), 조연상(모건 프리먼), 감독상(클린트 이스트우드), 작품상을 받으며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 여러 지역을 무대로 하지만, 거의 대부분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되었습니다. 권투 트레이너 프랭키 던(클린트 이스트우드 분)이 살던 정겹고 예쁜 주택은 이글 락(Eagle Rock)의 어느 한적한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빅 윌리 리틀(마이클 콜터 분)이 타이틀 경기 직전 프랭키 던을 자신의 코치에서 해고하는 장면도 이 주택에서 촬영되었습니다. 해고를 당한 프랭키 던은 자신의 집에서 경기를 지켜봤는데 결국 윌리는 자신이 가르쳐준 모든 테크닉을 사용해 경기에서 승리합니다. 1913년도에 지어진 이 매력적인 주택에는 여전히 영화 속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The old Terminal 1 at Ontario International Airport
The old Terminal 1 at Ontario International Airport | Photo: Tony Hoffarth, Flickr

아르고 – 온타리오 국제공항



벤 에플렉 감독은 2012년 오스카 수상작 아르고(Argo)를 촬영하기 위해 온타리오 국제공항(Ontario International Airport)의 제1 여객터미널에 페르시아어로 된 표지판과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포스터, 800여 명의 페르시아인 엑스트라를 배치하며 이곳을 1979년 어느 날 테헤란공항의 모습으로 연출했습니다. 지금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제1 여객터미널은 영화에 두 차례 등장하는데, 첫 번째는 벤 에플렉이 6명의 미국 대사관 직원을 구출하기 위해 테헤란에 처음 도착하는 장면에서입니다. 그 후 이 터미널은 벤 에플렉과 탈출자들이 영화 제작진으로 위장해 미국행 항공기에 탑승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의 장면으로 쓰입니다. 공항 보안 요원들이 이륙하는 747기를 저지하려다 실패하는 장면의 배경이 된 이란의 산악 지형은 디지털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 터미널은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2002)과 블로우(Blow, 2001)에도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