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장소
L.A. 최고의 전문 서점에서 책을 샀으면 앉아서 읽을 곳이 필요하겠죠. 집이나 공원에서 편히 쉬면서 최신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도 좋지만, L.A. 곳곳에는 그에 못지않은 안락한 독서 공간이 많습니다. 낭만적인 해변부터 역사적인 바까지 독서하기 가장 좋은 로스앤젤레스 곳곳을 탐방해 봅시다.
참고: 오픈 시간과 날짜는 수시로 변동되니 개별 홈페이지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세요.
부코스키 - 프롤릭 룸 (Bukowski - Frolic Room)
할리우드 대로(Hollywood Boulevard)의 판타지 극장(Pantages Theatre) 바로 옆에 위치한 프롤릭 룸(Frolic Room)은 다른 바와는 비교 불가한 멋진 네온 사인이 있습니다. 전설적인 아티스트 알 허쉬펠드(Al Hirschfeld)가 프랭크 시내트라, 메릴린 먼로, 찰리 채플린, 피카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10여 명의 상징적인 인물을 캐리커처로 담아낸 2개 패널의 벽화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판타지 극장은 1950년부터 1960년까지 아카데미상(Academy Awards)을 개최한 장소이기도 하니, 이곳에 들러 오스카상 수상자 말론 브랜도와 오드리 헵번이 이곳에서 그날의 영광을 축하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즐거움을 줍니다.
프롤릭 룸은 타임지가 “미국 하층민의 수상자”라고 부르던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가 즐겨 찾던 곳입니다. 부코스키는 프롤릭룸에서 약 3km 떨어진 드롱프레 애비뉴(De Longpre Avenue)의 한 아파트에서 10여 년간 살았습니다. 보일러마커(boilermaker, 위스키 한 잔에 맥주 한 잔을 연달아 마시기)를 주문하고 부코스키의 데뷔 소설이자 3주 만에 집필한 ‘우체국(Post Office)’을 읽어보세요. 이곳에서는 지피 팝(Jiffy Pop) 팝콘을 무료로 제공하니, 바텐더에게 정중히 요청해보세요.
요리 서적 – 그랜드 센트럴 마켓 (Cookbook - Grand Central Market)
아무리 우리집 최고의 요리사라도, 라면 끓이기의 달인이라도, 그랜드 센트럴 마켓(Grand Central Market)의 실감 나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는 따라올 수 없습니다. 1917년 10월에 문을 연 이래로 단 한 차례의 중단도 없이 운영 중인 이 시장은 L.A.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공설 시장으로서 30,000평방 피트의 면적에 고전적이고 현대적인 모습의 전 세계 음식 판매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랜드 센트럴 마켓(GCM)에서는 100주년을 맞이하여 마켓 최초 요리책을 발매했습니다. 이 요리책에는 에그슬럿(Eggslut)의 시그니처 메뉴인 슬럿(Slut), 사리타(Sarita)의 푸푸사(pupusa; 토르티야 요리의 일종), 마드카프라(Madcapra)의 수막 비트 소다(Sumac Beet Soda), 호스 시프 BBQ(Horse Thief BBQ)의 내슈빌 스타일 핫 프라이드 치킨 샌도(Hot Fried Chicken Sando), 빌라 모렐리아나(Villa Moreliana)의 카르니타스 타코(carnitas taco), 호세 치퀴토(Jose Chiquito)의 아침 식사용 브리토, G&B의 이스트 와플, 맥코넬(McConnell)의 시나몬 아이스크림 등 85개의 다양한 레시피가 담겨 있습니다.
탐정 /하드 보일드 – 무쏘 앤 프랭크 그릴 (Detective / Hard Boiled - Musso & Frank Grill)
1919년에 문을 연 무쏘 앤 프랭크 그릴(Musso & Frank Grill)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이며 마티니와 전설적인 고객들로 명성이 높습니다. 찰리 채플린, 마릴린 먼로, 키스 리처드, 조니 뎁 등 세대를 초월하는 유명 인사들이 이곳을 찾았으며, 윌리엄 포크너, F. 스콧 피츠 제럴드, 나다나엘 웨스트, 윌리엄 사로 안, 도로시 파커 등 유명 작가의 단골 집이기도 합니다. 애스크 더 더스트(Ask the Dust)의 저자 존 팬트(John Fante) 역시 이곳의 단골이었으며, 존 팬트를 자신의 영웅이라 칭한 찰스 부루스키도 이곳을 즐겨 찾았습니다.
하드보일드(1930년 전후로 미국문학에 등장한 사실주의 수법) 탐정 소설의 팬들은 레이먼드 챈들러 (Raymond Chandler)와 대실 해밋(Dashiell Hammett)이 수많은 밤을 보낸 이 바에 오면 마치 고향에 있는 듯한 친근함을 느낄 겁니다. 드라이한 마티니나 김렛(Gimlet, 해밋이 가장 좋아하던 칵테일)을 주문하고 깊은 잠(The Big Sleep)의 주인공 필립 말로(Philip Marlowe)와 함께 술을 마신다는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요?
무소(Musso’s)는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Harry Bosch)’ 시리즈 수십 권과 7시즌의 아마존 프라임 시리즈에 꾸준히 등장한 식당입니다. 해리 보슈 시리즈의 해리 보슈는 이 식당에서 케틀 원 마티니(Ketel One Martinis)와 목요일 특별 메뉴인 치킨 포트 파이(Chicken Pot Pie)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판타지 – 펀 델 (Fantasy - Fern Dell)
그리피스 공원의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펀 델 자연공원(Fern Dell Nature Center)은 20에이커 규모의 식물 오아시스로 400m의 구불구불한 산책로, 20여 개의 폭포, 그리고 보행자 교량 17개가 있으며 이곳에는 50개의 고사리류와 열대 식물이 우거져 있습니다. 시원한 그늘이 있는 이곳은 특히 뜨거운 여름이 되면 로스앤젤레스 주민들이 애용하는 곳입니다. 전원적인 풍경이 있는 협곡에 앉아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을 읽다 보면 엘프, 요정, 신비로운 생명체들이 숲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원예 서적 – 헌팅턴 도서관(Gardening - The Huntington)
원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헌팅턴 도서관(The Huntington Library)에서 아트 뮤지엄과 식물원을 둘러보는 것보다 즐거운 일도 없겠죠. 1919년에 건립된 헌팅턴 도서관은 문화, 연구, 교육 시설로써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박물관의 식물원에는 캘리포니아 정원, 어린이 정원, 사막 정원, 장미 정원 등을 포함하여 120 에이커에 달하는 12개 이상의 전문 정원을 갖추고 있습니다.
1912년에 완공된 일본식 정원(Japanese Garden)에서는 이곳을 상징하는 반월교, 일본식 연못, 유서 깊은 일본 전통 가옥과 찻집, 분재 장식을 볼 수 있습니다. 분재 예술가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분재에 대한 완벽 가이드(The Complete Book of Bonsai)"를 펼치고 이곳의 분재 컬렉션(Bonsai Collection)을 꼭 살펴봐야 할 정도로 이곳의 분재는 아름답습니다. 故 밥 왓슨(Bob Watson)이 기증한 나무로 시작된 헌팅턴 도서관의 분재는 수백 그루로 늘어나 그중에는 추정 수령이 1,000년 이상인 것도 있습니다!
로맨스 – 엘 마타도어 (Romance - El Matador)
엘 마타도어 주립 해변공원(El Matador State Beach)에서 뜨거운 로맨스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덧 낭만적인 이야기를 꿈꾸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릅니다. 말리부에서 북서쪽으로 약 16km떨어져 움푹 들어가 있는 이 해변은 바위가 많고 시원한 파도가 있는 L.A.에서 가장 깨끗한 바다입니다. 시설 부족이나 해변으로 가는 거친 길 때문에 돌아가지 마세요. 이곳에 도착하면 아늑한 공간에서 로맨틱한 연애를 꿈꾸기에 최적의 장소와 마주하게 된답니다.
공상 과학 -아카데미 박물관 (Sci-Fi - Academy Museum)
2021년 9월 개관한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Academy Museum of Motion Pictures)에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카 렌초 피아노가 설계한 30만 제곱피트의 전시장에 1천3백만여 개의 소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스피어 빌딩(Sphere Building)이라고도 불리는 '데스 스타(Death Star)'가 드리우는 그늘에 앉아 있거나, 패니스(Fanny's)에서 아침 브리토를 먹거나, 옥타비아 E. 버틀러(Octavia E. Butler's)의 ‘킨(Kindred)’의 세계에 빠져 보세요.
공상 과학 팬들이라면 Stories of Cinema 전시 3층에서 진행되는 Inventing Worlds and Characters관에 꼭 들러 보세요. R2-D2, C-3PO, E.T., 그리고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 ‘에일리언(Alien)’, ‘터미네이터 2(Terminator 2)’,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 등 대표작들의 소품을 눈앞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소설 – 더 올드 주(Shakespeare - The Old Zoo)
기존의 로스앤젤레스 동물원은 1912년 그리피스 파크 동물원(Griffith Park Zoo)으로 문을 열었고, 1966년에 새로운 로스앤젤레스 동물원이 개장하면서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피스 파크 드라이브(Griffith Park Drive)에 위치한 이 동물원은 폐장 후에도 동물 우리와 동굴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이제는 올드 주(Old Zoo)라고 불립니다. 테이블과 바비큐 그릴, 소풍 장소로 좋은 넓은 잔디밭이 있고 전시장 안에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테이블도 있는 이곳은 분명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소풍 장소 중 하나일 겁니다. 앵커맨(Anchorman)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알래스카 불곰과 만나는 클라이맥스 장면의 바위 우리를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1998년 설립된 인디펜던트 셰익스피어 코퍼레이션(Independent Shakespeare Co.)은 2010년부터 매년 여름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6월부터 9월까지 열리는 그리피스 공원 무료 셰익스피어 페스티벌(Griffith Park Free Shakespeare Festival)은 구 동물원의 천연 원형 극장 비탈에 설치된 무대에서 진행되며, 일찍 자리를 잡고 지역 예술가들이 펼치는 공연을 감상하거나, 셰익스피어와 현대 문화의 교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살롱 시리즈(Salon Series), 그리고 연극이 시작하기 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연극 관련 워크숍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든 여름 행사는 무료입니다.
신심서적 – 자아실현회 레이크 쉬라인 (Spirituality - Self-Realization Fellowship Lake Shrine)
평소 즐겨 읽던 성공을 부르는 일곱 가지 영적 법칙(The seven spiritual laws of success)을 챙겨 자아실현회 레이크 슈라인(Self-Realization Fellowship Lake Shrine)을 방문해보세요. 태평양에서 아주 가까운 퍼시픽 팰리세이드(Pacific Palisades)의 12,241평의 부지에 자리한 이곳은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습니다. 파라마한사 요가난다(Paramahansa Yogananda)가 1950년에 설립한 레이크 슈라인에는 폭포와 사당이 있는 호숫가 명상 정원, 1주간 서비스 및 명상을 체험할 수 있는 언덕 위 사원, 고요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아늑한 공간과 셀프 리얼라이제이션 펠로우십의 수도승을 위한 아시람(ashram, 힌두교도들이 수행하며 거주하는 곳)이 있습니다. 마하트마 간디 세계 평화 기념관은 “벽 없는” 사원으로써 중국 천년의 역사를 지닌 이곳의 석관 안에는 황동과 은으로 된 궤에 간디의 유골가루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도 레이크 슈라인을 자주 방문하곤 했는데, 55년 넘게 셀프 리얼라이제이션 펠로우십의 전 세계 지도자로 있던 스리 다야 마타(Sri Daya Mata)와도 가까이 지냈습니다.
첩보물 – 웬데 박물관(Spy - Wende Museum)
이안 플레밍(Ian Fleming)이나 존 르 카레(John Le Carre)의 팬이라면 컬버시티의 아모리(Armory in Culver City)에 위치한 웬데 박물관(Wende Museum)의 안마당은 독서하기에 완벽한 곳입니다. 냉전 시대의 유물을 보존하려는 한 사람의 도전에서 출발한 이곳은 결국 모든 것이 갖춰진 박물관으로 탄생했습니다. 저스팀 잼폴(Justin Jampol)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시기에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러시아와 동유럽 역사를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공산주의 국가의 붕괴로 인해 소련의 조각상, 접시, 작은 조각상, 포스터, 그림 등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시절, 잼폴은 이러한 물건을 매우 저렴하게 구매하거나 심지어 무료로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웬데 박물관은 동독 비밀경찰의 첩보장비(Stasi Espionage Equipment), 레닌의 흉상, 동독 올림픽팀의 운동복, 장식용 도자기 접시, 레코드판, 소련 크루즈선의 메뉴, 동서 베를린의 입국 검문소인 체크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ie)의 물품 등 10만여 점의 냉전 시대의 유물을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여행 서적 – 유니언 스테이션(Travel - Union Station)
눈으로만 여행을 즐기는 간접 여행가와 구석구석을 체험하는 진지한 여행가에게 기차 여행에 대한 로망은 동일할 것입니다. “세상에 마지막 남은 위대한 철도역”이라 불리는 유니언 스테이션(Union Station)은 활기찬 도심에 위치해 있으며, 과거의 융성함을 말해주는 호화로운 장식과 바쁜 일상 속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과 여행객들로 가득합니다. 멋진 대합실에 자리를 잡고 신간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을 펼쳐보세요. 전국 곳곳을 향해 떠나는 수천 명의 여행객들이 내는 발걸음 소리에 마음이 설렐겁니다.
실제 범죄 사건 –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True Crime - Millennium Biltmore)
엘리자베스 쇼트(Elizabeth Short) 살인 사건, 일명 블랙 달리아(Black Dahlia)로 불리는 이 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미제의 살인 사건입니다. 이 범죄는 섬뜩함과 용의주도함으로 인해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책과 영화로도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영국 작가 피유 잇웰(Piu Eatwell)은 자신의 책 ‘블랙 달리아, 레드 로즈(Black Dahila, Red Rose) 속 에서 엘리자베스 쇼트의 살인자는 한 때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던 레슬리 듀안 딜론(Leslie Duan Dillon)이라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엘리자베스 쇼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는 L.A.에서 가장 사연이 많은 랜드마크 호텔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Millennium Biltmore)입니다. 품격 있는 갤러리 바(Galler Bar)에 앉아 "블랙 달리아(행거원 시트러스 보드카, 샹보르, 칼루아)" 칵테일을 주문하고 이트웰의 추리가 맞는지 찬찬히 살펴보세요.